현재 위치
  1. 게시판
  2. 제품 리뷰

제품 리뷰

제품 리뷰 게시판입니다.

게시판 상세
제목 Thiel CS3.7 하이파이저널 81호 리뷰
작성자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8-06-04
  • 추천 추천하기
  • 조회수 314

짐 실이 5년 만에 발표한 Thiel CS3.7, 리얼한 그 사운드에 한방 먹다.

5년 만에 내놓은 야심작이라고 한다. 물론 동사의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로, 디자인도 지금까지의 동사의 스피커들과는 확연히 차별화가 느껴지는 일신한 모습이다. 유닛의 재질도 완전히 바뀌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일까, 풍부한 저역을 바탕으로 한 에너지감 넘치는 사운드가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며칠 전 밤을 새워 통독한 이갑재의 오디오 미스터리 소설 '로맨틱한 초상' 처럼...




오디오광 이갑재의 추리소설 '로맨틱한 초상'의 충격

"반장은 곽원장의 책상 위에 놓인 프랑스제 자디스 파워앰프를 보았다. 지난번에는 못 보던 기계였다. 번쩍이는 샤시 위에는 놀랍게도 영국 GEC 그룹의 KT88 출력관들이 꽂혀 있었다. 사자문양이 선명한 골드 라이언 진공관들은 거의 새 것이었다...(중략) 그는 프리앰프의 볼륨을 12시 방향까지 올려놓았다. 관구식 정격 출력 풀 A급의 80W는 정말 굉장했다. 트랜지스터 앰프라면 300W의 출력에 해당하는 감도 아닌가."

위의 문장은 이갑재의 소설 '로맨틱한 초상'에 나오는 대목이다. 연쇄살인범을 쫒던 반장과 형사가 단서를 찾기 위해 피해자의 집에 놓인 오디오 시스템을 점검하다가 결국 보잭 무어리시 스피커에서 나오는 파르르르 종이 떠는 소리를 듣고 문제의 서류를 발견해서 범인을 체포하기에 이른다. 아무튼 오디오가 매개가 되어 범인을 찾는다는 발상이 매우 신선한데, 놀랍게도 이 소설은 1994년에 쓰여졌다.

1994년이면, 필자 역시 추리소설을 쓴답시고 한참 원고지와 씨름할 무렵이다. 원래 스포츠 서울 주최 신춘 문예의 추리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한 바 있는 필자는 3권의 장편 추리 소설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별 반응이 없어 흐지부지하다가 결국 추리소설을 접고 말았는데, 위 소설을 쓴 이갑재는 더 기구한 운명을 겪었다. 오디오를 비롯하여, 예술, 종교, 심리한 등에 정통한 이분의 소설을 당시에 읽었다면 아마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작품이 사장되어 그간 일부 마니아 사이에서 전승되어 오다가 13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된 점은 뒤늦게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듣다. 아마 당시 같은 추리 작가로서 교류를 했다면, 추리보다는 오디오 이야기로 밤을 새웠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로맨틱한 초상'을 일고 있을 무렵, 작가의 기구한 사연까지 가미되어 이래저래 싱숭생숭하다 당시 내가 무슨 오디오를 쓰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실의 엔트리 클래스 모델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 실은 윌슨 오디오, 헤일스, 아발론 등과 함께 신흥 스피커 메이커로 큰 주목을 받던 존재였다. 그러나 필자가 실을 고른 이유는, 우선 디자인이 빼어났고, 재즈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를 잘 울렸으며,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한 점 때문이었다. 당시에 구입하면서도 그렇게 유명한 회사인데 왜 이리 가격이 쌀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기억이 난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당시의 정황을 떠올리던 사이, 우연찮게 실의 새로운 모델과 만났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3.7이 그 주인공이다. 이 제품을 처음 본 것은 지난 10월 도쿄에서 열린 오디오쇼에 참관했을 때다. 악세스라는 대규묘 수입상의 부스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 회사는 크렐, 와디아, 에어, 루멘화이트, 바이스 등 굵직굵직한 제품들을 수입하는 메이저급 수입상으로서, 일본 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마침 스피커 시연회가 있어서 가보니, 처음 보는 디자인의 제품이 크렐 에볼루션 600에 물려 낭랑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4천만원 이상은 호가할 제품인지라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그래도 소리의 성격이 매우 호방하면서 투명하고 또 안 길이도 깊어서 꽤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실 3.7이라는 레테르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정말 이게 실 맞아?

우선 디자인이 일신되어 예전의 모습을 찾기가 힘들뿐만 아니라, 유닛의 재질도 완전히 바뀌어 거의 새로운 브랜드의 제품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실 특유의 타임 코히어런스 이론에 따른 뒤로 삐딱하게 경사진 프런트 배플의 각도라든가, 일종의 동축형 스타일로 중역과 고역을 한데 모아놓은 유닛에서 그래도 역시 실의 혈통이라 인정할 만한 전통을 갖고 있었다. 역시 계속 진화를 거듭하는 메이커는 다르구나 새삼 감탄하여 부스를 나왔는데, 귓전에는 여전히 3.7이 내는 와이드 레인지하면서도 풍부한 저역을 바탕으로 한 에너지 넘치는 음이 맴돌고 있었다.


5년 만에 내놓은 실의 신작, 한층 높아진 완성도

서울에 돌아와서 신제품 시청평이며, 밀린 원고를 쓰느라 바쁜 와중에 편집부에서 전화가 왔다. 실에서 5년 만에 신모델이 나왔는데, 한번 시청기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즉시 수입상인 K1을 방문했다. 직원의 안내로 이번에 새로 꾸민 시청실로 들어가니, 역시 3.7이 그 위용을 뽐내며 서 있었다. 참, 인연도 묘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갑재, 1994년, 도쿄 오디오쇼 그리고 K1 시청실. 그러나 더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도쿄에서 유심히 소리를 들은 터라, 지나가는 말로 가격이 얼마냐 물었더니, 1400만원 원쯤 한다는 것이었다. 1400만원? 물론 이 가격은 경우에 따라선 엄청난 고가지만, 요즘 하이엔드 제품들의 추세나 실이라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밸류를 생각할 때 착한 가격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4천 만원쯤 예상한 가격에서 무려 3분의 1로 줄었으니, 이상하게 심리적인 만족도도 높아졌다. 좀 아끼고 모으면 손에 넣을 만한 가격대이기 때문이다.

좋다, 이번 기회에 실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보자 싶어서 이것저것 조사를 해봤다. 잘 알겠지만, 실은 창업자인 짐 실(Jim Thiel)의 이름에서 나온 브랜드다. 실이 처음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1990년대 이후일 것이다. 당시 윌슨 오디오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아발론, 헤일스 들이 주목을 받았는데, 바로 이 그룹의 일원으로 당당히 상륙한 것이다. 이른바 신세대 하이엔드 스피커 4인방으로 불렸던 이 멤버들은 1990년대 중반에 헤일스가 낙마하고, 그 자리에 에글스턴 웍스가 들어와 1990년대 말까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 아무튼 이런 영향 탓인지 모르지만, 윌슨 오디오가 첨병을 맡고 그 뒤로 나머지 브랜드가 줄을 선 것으로 한국에서는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미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우선 스피커 사업에 제일 먼저 뛰어든 것은 실이다. 1977년에 시작했으니, 올해로 30주년이 된다. 단순히 먼저 창업했다는 것만으로 실의 존재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스피커 메이커들에게 상식으로 통하는, 이른바 뒤로 좀 누은 듯한 프런트 배플의 각도를 제대로 구현한 것이 바로 실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타임 코히어런스', '페이즈 코히어런스'라 부르며 정확한 이론적인 뒷받침을 제시했던 것이다. 여기서 실이 주장하는 것은, 똑같은 지점에서 저역과 중고역 유닛이 진동하면 아무래도 저역이 똑같이 리스너의 귀에 늦게 도달하게 된다. 저역을 담당하는 우퍼가 상대적으로 크고, 주파수 진동의 폭이 넓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런 불일치를 극복하기 위해 중고역은 뒤로 물리고, 저역은 앞에 놓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그 조절을 위해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음은 물론이다. 이게 바로 타임 코히어런스라면, 페이즈 코히어런스는 위상에 관계된 부분이다. 예를 들어 밴드가 연주한다고 할 때 드럼이 앞에 튀어나오고, 보컬이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위상을 정확하게 맞춰 각 악기들이 제자리를 찾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실은 정교하게 설계된 1차 크로스오버를 사용하면서, 광대역으로 재생되는 드라이버를 동원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자체 공장에서 모든 공정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완성되다

이 대목에서 놀라운 사실은, 거의 드물게 실은 자체 생산 공장에서 유닛을 비롯, 인클로저, 네트워크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일절 외부에 용역을 주지 않고 독자적으로 스피커에 투입되는 모든 부분을 처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절삭 가공을 위한 CNC 머신을 3대나 갖추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직원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현재 약 170여 명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당연히 팩토리 메이드의 스피커가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실의 스피커 설계자는 짐 실 혼자뿐이다. 그가 유닛 개발부터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설계, 인클로저의 재질 등 모든 것을 결정한다. 다른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들이 갖는 공방 시스템의 장점과 대량 생산 시스템의 장점이 골고루 믹스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스피커에 투입되는 모든 공정을 책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 이른바 유닛이나 인클로저의 중간 마진이나 기타 부품 메이커들의 농간에 휘말릴 소지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은 신제품의 개발이 상당히 더디다. 신모델이 나오려면 4년은 기본이다. 이번에 3.7은 5년 만에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스피커 제작의 A부터 Z까지 실 혼자서 다하기 때문에, 그가 OK사인을 내야 공장이 가동한다. 더구나 1차 크로스오버를 쓰면서도 양호한 주파수 특성을 얻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하나씩 딥이나 피크를 제거하는 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에 스피커의 하드웨어가 완비되어도 튜닝 기간이 또 상당 기간 소요된다. 이렇게 크로스오버에 매달리는 이유는, 전 대역에 걸쳐 특별한 파탄이 없도록 만들려면 수 없는 보정과 체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짧은 기간에 2~3개를 고치고 내보낸다면 실은 오랜 시간에 걸쳐 30~40개 이상을 고쳐서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완벽성을 추구한다.

실의 생산 공장은 켄터키주 렉싱턴에 있다. 정말 광활한 부지에 각종 생산 시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데, 이런 광경은 아마 모든 스피커 디자인너들이 꿈꾸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시청실에 가면 전세계의 내노라하는 앰프들이 20여 종 준비되어 있고, 각종 케이블 역시 숱하게 비치되어 있어서 누가 방문해도 마음껏 조합해서 들어보게 한다. 그만큼 대응력이 높다는 이야기다. 아마 실처럼 특정 앰프나 케이블을 추천하지 않아도 되는 메이커도 드물 것이다.



기존의 실의 제품들과는 설계부터 완전 차별화되다

그럼 문제의 3.7인데, 필자가 다른 메이커의 제품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기존의 형태와는 좀 다르다. 우선 외관을 보면 마치 둥근 모자를 쓰고 있는 형태로 윗부분이 곡면 처리되었을 뿐 아니라, 옆면 역시 완만한 각도를 그으며 모서리를 처리했다. 이것은 순전히 음의 회절을 위한 조치로서, 음의 가닥추림이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효과를 지닌다. 또한 인클로저에는 강성이 높은 목재를 사용했는데, 얇게 깎아서 무려 15개를 적층시킨 구조다. 이를 통해 일체의 불필요한 음이 가미될 요소는 없다. 

한편 유닛 구성을 보면 전통적인 동축 스타일의 중고역이 상단에 부착되어 있고, 그 밑에 두 개의 유닛이 투입되고 있는데, 하나는 우퍼이고 또 하나는 패시브 라디에이터다. 실은 스피커에 일절 덕트를 장착하지 않는 대신,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써서 빠른 저역특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기본 유닛 배치는 변함이 없지만, 두 가지 면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하나는 멤브레인의 재질이 알루미늄으로 바뀐 점이다. 겉보기에도 이전의 하얀색으로 처리된 유닛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런 재질을 쓴 것은, 역시 음의 왜곡을 피하면서 강력한 자기 회로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로, 이전보다 스피디하면서도 명료한 음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하나는 꼬불꼬불 요철을 만들어서 뛰어난 강도를 확보한 점이다. 이 아이디어는 건축에 쓰이는 아이빔에서 얻었다고 한다. 아이빔은 그 독특한 형상으로 대단한 강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응용해서 유닛에 넣은 것이다. 이런 형상을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음은 물론이다. 그 외에 본 기에 투입된 테크놀러지를 열거하자면 책 한 권이 모자랄 정도이므로, 이쯤에서 그치기로 하겠다.

그럼 이를 통해 얻어진 효과는 무엇일까? 우선 기존에 실을 쓰고 잇는 사람들이 느껴왔던 편견을 상당 부분 불식시켰다는 점이다. 일단 울리기가 매우 쉬워졌다. 단순히 감도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반응 속도가 무척 빨라져서 웬만한 인티앰프를 물려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하나는 크로스오버의 포인트를 조절해서 무게 중심을 낮춘 결과 이전의 약간 밝은 경향이 적당히 개선되어 중립적이면서도 풍부한 음악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처음 이 모델을 듣고 무슨 신생 브랜드의 제품으로 생각했을 정도였다.

이번 시청에 동원한 기기는 BAT의 REX(프리앰프)와 150SE(파워앰프)를 비롯, 메리디언의 808 CD플레이어 등이었다. 상당히 호화스런 물량 투입의 제품들로, 3.7에 투입한 정성과 기술을 생각하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첫 곡은 제인 몬헤이트의 '오버 더 레인보'. 일단 뱃심이 강하게 뒷받침된 가운데 발성에 힘이 넘친다. 그러면서 각종 기교를 부리는 부분이 세밀하게 포착되어 제인이 얼마나 뛰어난 가수인지가 확연히 파악될 정도이다. 심벌즈의 찰랑거림도 적당한 무게감을 갖고 있고, 피아노의 타건도 손목 힘이 느껴질 정도로 강건하다. 재즈 클럽의 공연을 보는 듯한 기분 좋은 재현이다.

이어서 들은 것은 조아옹 피레스가 앙드레 프레빈 지휘의 로열필과 연주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제2악장. 시챗말로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간다는 말이 이를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유려하면서 깔끔한 페레스 특유의 타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은 놀랍도록 기민하고 또 적절하다. 독주자와 악단의 호흡이 착착 들어맞아 강약의 악센트 조절이나 장단의 템포 컨트롤이 기가 막히다. 마치 한여름의 냇가에서 환하게 비쳐 반사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때때로 눈이 부시다. 실 3.7을 위해서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3.7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결론에 생산 중지된 종전의 톱 모델들

장르를 바꿔 이번에는 에바 캐시디가 연주하는 '필드 오브 골드'를 듣는다. 원래 이 곡은 스팅의 오리지널곡이지만, 필자에겐 에바의 노래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 곡은 블루스 앨리라는 곳에서 연주한 라이브로, 그리 크지 않은 공간에 어쿠스틱 기타 반주가 주력인 가운데, 중간에 일렉트릭 기타의 애드리브가 잠깐 나올 뿐이다. 즉, 오로지 보컬의 파워 하나만으로 객석을 장악한다는 콘셉트인데,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의 음이 나온다. 리스닝 실력이 한 단계 더 상승한 듯 발음 하나하나가 또렷할 뿐 아니라, 숨소리며 침삼키는 소리들이 적절히 어우러져 실재감이 대단하다. 여기에 에바특유의 미성이 가미되어, 듣고 있으면 처연한 심정이 된다. 그러고 보니 에바도 1996년, 33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서두에 소개한 이갑재 작가 역시 1994년도에 작가로서의 꿈을 채 이루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런저런 상념이 얽혀 문득 가슴이 답답해지며 눈시울이 찡해진다.

스피커의 역사상 제임스 B. 랜싱만큼 인구에 회자되는 인물도 없다. 그는 유닛 개발에서 인클로저 마무리까지 전 공정을 관장했고, 향후 전성기의 JBL이 내놓은 많은 작품의 모태를 제공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역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그를 추모해서 짐 런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과연 오늘날의 스피커의 세계에서 짐 런에 해당하는 인물이 누가 있을까. 짐 실을 떠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그 역시 유닛개발부터 마무리까지 스피커의 전 공정을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짐 런이 생전에 이루지 못했던 꿈을 켄터키에서 구현했다. 그 최고 걸작이 감히 3.7이라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제품이 내는 음이 워낙 뛰어나, 실은 아예 상급기들을 모두 철수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가격은 더 비싸지만 현재로선 3.7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갑재, 에바 캐시디, 짐 런 등은 대기를 남긴 비운의 몽상가로 끝났지만, 실은 여전히 활동 중이고 또 더 큰 꿈을 향해 매진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지나간 이들을 추모하면서 오늘날을 살아가야 하는 오디오 팬들에겐 큰 행운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개인적인 오디오력이 얽혀 이래저래 3.7의 존재는 크게 부각될 것만 같다.

[하이파이저널 81호 이종학님 글 발췌]

첨부파일 product_5032_main.jpg
비밀번호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관리자게시 게시안함 스팸신고 스팸해제 목록 삭제 수정 답변
댓글 수정

비밀번호 :

수정 취소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댓글 입력

댓글달기이름 : 비밀번호 : 관리자답변보기

확인

/ byte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



INSTAGRAM @ 인스타그램 아이디

TODAY'S
ITEMS

퀵메뉴

위로

아래로

  • 타임세일
  • 고객센터
  • 입고/이벤트
     
    • 공지사항
    • 문의하기
    • 상품후기
    • 고객센터
    • 이벤트
    • 마이쇼핑
    • 배송조회
    • 주문조회
    • 장바구니
    • 관심상품
    • 최근본상품
    • 적립금
    • 예치금
    • 쿠폰관리
    • 내게시물
    • 좋아요